[ 2012년 12월 23일 "그리스도의 탄생" (수원 스테이크 신갈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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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3일 "그리스도의 탄생" (수원 스테이크 신갈와드)”

 

몇 년 전 전국 청년대회를 어느 대학교에서 치렀는데 그 학교는 개신교 계통 대학교였습니다.  당시 시설임대계약을 할 때 우리 교회 이름으로 계약을 할 수가 없어서 대학교수인 어떤 교회 형제의 이름으로 계약을 했는데, 나중에 청년대회를 하는 교회가 몰몬이라고 해서 그 대학 교직원들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 미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온 미트 롬니 형제로 인해 우리 교회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계실 겁니다.  우리 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꼭 대통령 후보 출마만은 아닐 겁니다.  지난 주에는 2013년 SMYC(EFY) 준비위원장으로서 PBO 직원과 함께 논산의 건양대학교 시설 임대계약을 하기 위해 논산에 다녀왔습니다.  올 여름 치러진 전국청년대회 개최지이기도 했던 건양대학교의 시설계약을 작년에 했었는데 학교 일부 교직원들이 당시 우리 교회와 계약하는 것에 반대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학교 총장님이 “그 사람들은 몰몬이기 때문에 믿고 계약해도 된다”고 강력하게 지원하여 시설임대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 당시 왜 그 총장님이 그런 말씀을 했을까요?

이 학교 총장님이 몇 년 전에 미국 여행을 하다가 운전하던 차가 도로에서 갑자기 멈추어 곤란을 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참 동안 지나가는 차들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고 돕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참 후에 어떤 차가 다가왔고 도움을 받아 차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 총장님은 그분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사코 이름을 밝히기를 거절하다가 간곡히 부탁하니까 그 사람이 그냥 이렇게 말하고 떠났다고 합니다.  “저는 유타주에 사는 몰몬입니다.”

우리 교회 회원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친절과 사랑이야 말로 우리 교회의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참된 그리스도인임을 나타내는 가장 진정한 모범일 것입니다.

최근에 건양대학교와 BYU하와이 간 교류협약에 합의했는데 그 합의문 조항 중에 “건양대학교는 BYU 프로그램인 EFY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에 시설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삽입되었다고 합니다.  한 형제의 선행이 한국땅에 매 2년 마다 개최될 예정인 EFY대회와 매 4년 마다 개최될 예정인 전국청년독신성인 대회의 장소를 반 영구적으로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 아내와 함께 김장김치를 전해드리러 갔다가 어머니와 식사를 한 후 함께 뮤지컬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프랑스의 대 문호인 빅토르 위고의 장편 사회소설을 영화화한 “레미제라블” 이라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빵 한 조각을 훔쳐 총 19년간 감옥에서 복역한 장 발장은 하룻밤 잠자리를 마련해 준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은식기를 훔쳐 달아납니다. 하지만 헌병에게 체포됐을 때 미리엘 주교는 자신이 준 거라고 말해 장 발장을 구해 줍니다.  체포를 면한 장 발장은 비로소 주교의 사랑에 눈을 뜨고 양심에 가책을 받아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살면서 한 도시의 시장까지 되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새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주교의 집에서 은 촛대를 훔쳤을 당시 장 발장을 체포하였던 자베르 경감은 끈질기게 그를 의심하며 쫓아다닙니다. 때마침 한 사나이가 장 발장으로 오인되어 체포되자 장 발장은 자수하여 그 남자를 구하고 감옥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곧 탈옥해 과거 자신이 도와주었던 여공을 찾아갔으나 그녀는 죽기 직전에 자신의 딸 코제트를 장 발장에게 부탁하고 죽게 됩니다. 장 발장은 다시 체포되었으나 곧바로 탈옥하여 코제트를 데리고 파리로 도망가게 됩니다.

“코제트가 성인이 되었을 때 프랑스의 공화주의자들의 반란폭동이 일어나는데, 코제트를 사랑하는 마리우스라는 청년이 정부군과 싸우다가 부상을 입게 됩니다.  장 발장은 모든 질투심을 버리고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도 구멍으로 빠져나와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여,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결혼시키고 자신은 이들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 후 그는 수도원에서 기구한 운명을 마감하게 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레미제라블)

제목인 “레미제라블”은 직역하면 “불행한 사람” 이란 뜻입니다.  한 남자가 거친 삶을 살다가 사랑과 자비로 인해 양심에 눈을 뜨게 되고 남은 평생을 다른 사람을 돕고 사랑하는 데 헌신한다는 스토리인데 주인공의 마지막 죽음 장면이 참으로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습니다.  그의 삶을 그렇게 변하게 한 것은 바로 미리엘 주교의 사랑이었습니다.  평생을 고통 받으며 살았지만 그의 삶의 마지막은 영광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02년 12월 22일 어느 와드 성찬식에서 지금은 작고한 서강대 영문과 교수이자 수필가인 장영희 교수의 한 수필을 인용하여 말씀한 적이 있었습니다.  장교수가 학생과 경험한 이야기를 기록한 수필의 제목은 ‘A+ 마음’ 입니다.

“… 나는 가끔 학생들의 발음을 교정하고 또 점수를 줄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학기초에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발음 오류 몇 개를 지적하고 학기말까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점수를 많이 깎고, 아무리 필기 시험을 잘 봐도 A를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요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그래도 P 와 F, R 과 L 등의 발음은 여전히 어려워한다.  학기 내내 연습을 시키면 어느 정도 교정이 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워낙 고질적 버릇이라 고쳐지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이번 학기에 내 수업을 들은 ‘병진이’는 후자에 속해서, 본인이 무척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발음 교정이 쉽지 않았다.  워낙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인지라 필기 시험에서는 항상 좋은 성적을 냈지만, 중학교 때부터 잘못 배운 발음을 이제 와서 고친다는 것은 좀 힘들어 보였다.

“학기말 성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기 시험도 썩 잘 봐서 수강생 중 2등을 했지만, 구두 시험에서는 P 와 F를 완전히 반대로 발음하는 바람에 거의 알아 듣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어제 병진이의 성적을 매기며 B+ 와 A- 사이를 왔다 갔다 망설이다가 마침내 포기하고 성적 기록부를 연구실 책상 위에 두고 나왔다.

“내가 병진이의 점수를 확정한 것은 오늘 아침 출근길, 신촌 로터리에서 였다.  대형 백화점 앞 횡단 보도 근처에서 신호들이 바뀌길 기다리다가, 차창 밖으로 한 노인을 보게 되었다.  어림잡아도 여든은 되어 보이는,  몸집이 아주 작고 깡마른 그 노인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역 입구에서, 골판지 조각 위에 웅크리고 앉아, 나무 부채 몇 개와 여성용 스카프를 팔고 있었다.

“부채와 스카프, 겨울 품목으로는 이상한 선택이었지만, 아마도 그 노인의 앙상하고 쇠약한 몸으로 운반할 수 있는 물건들은 그것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노인에게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노인도 팔겠다는 의지를 잃은 듯, 추위에 몸을 동그랗게 구부린 채 멍하니 지나는 사람들의 발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곧 한 젊은이의 시선이 노인에게 계속 쏠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병진이었다,  병진이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노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하자,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물건들을 잠깐 살펴보다가 부채 두 개를 집어 들었다.  병진이를 쳐다보는 노인의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며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만난 지 겨우 한 학기밖에 안 됐지만 병진이를 알고 있는 나는, 그가 한 겨울에 부채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추위에 떨고 있는 그 노인이 불쌍해서, 차마 그냥 갈 수가 없어 부채를 샀다는 것을 안다.

“학교에 도착해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나는 어제 빈 칸으로 남기고 간 병진이의 성적란을 메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는 A라고 선명하게 써 넣었다.

“까짓 영어의 P와 F발음쯤 좀 혼동하면 어떤가.  영어는 기껏해야 지구상의 3분의 1정도 인구가 알아듣는 말이지만,  불쌍한 노인을 보고 측은하게 느끼고 도와 주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A+마음’ 아닌가.  그 마음은 이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 아프리카의 피그미 족도, 북극의 에스키모족도 – 알아듣는 만국 공통어이다.  한마디 입 밖에 내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아주 효율적인 말이고, 학원이나 대학에 가지 않고도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잘 알고 있는 말이다.

“누가 학문적인 자질 외의 다른 근거로 병진이에게 좋은 점수를 주었다고 비난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내가 가르친 적이 없는, 아니 가르칠 자격이 없는 만국 공통어를 그렇게 능숙하게 구사한 병진이에게, A보다 더 좋은 학점이 있다면 그거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영어 발음 제대로 하는 A+ 지성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언어, ‘A+마음’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선생의 본분일 텐데, 병진이는 선생인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벌써 12월, 이제 곧 성탄절이 다가온다.  병진이의 본을 따라 나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만국 공통어를 되살려야겠다.”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 수필집 중에서)

간략하게 요약하여 말씀드리면 영어를 가르치는 장교수가 영어발음이 신통치 않은 제자인 병진이라는 학생에게 어떤 학점을 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출근길에 바로 그 제자가 불쌍한 노인이 한 겨울에 파는 부채를 필요하지도 않은데 노인을 돕기 위해 그것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여 기쁜 마음으로 A학점을 주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우리가 우리 주위에 가난하고 궁핍한 이웃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도우며 자애롭게 대할 때에 참된 그리스도인, 참된 성도가 됨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병진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우리의 마음이야 말로 우리의 인품과 사람됨을 측정하는 진정한 잣대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만약 우리를 축복하신다면,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과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정확히 20년 전 12월 이맘때 저는 어떤 건설회사 입사한 지 6개월 된 신입사원으로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 회사에서 배운 일이 지난 17년 동안의 제 사업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20년 전 봄 그 회사에 입사할 때 얼마간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성찬식에서 여러분들에게 몇 번 말씀한 적이 있을 겁니다.  제가 입사 면접할 때 그 건설회사 사장님에게 그전에 받았던 월급을 약 10만원 정도 높게 불렀다가 나중에 들통이 나서 그 회사에 입사를 포기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러나 뉘우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그 사장님은 당시 저를 용서해 주었고 저에게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저는 그 때 큰 각오와 결심을 했습니다.  다시는 사람들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고 정직하겠노라고..  그 후 저는 지난 17년 간 제가 행하는 사업에서 사람들과 거래처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준 그 사장님은 당시 회사를 크게 일으켰다가 후에 부도가 났지만, 저는 그분이 그 때 저에게 베풀어준 자비와 용서를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분의 자비와 용서가 오늘날의 제 사업의 기초를 이룩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주님께서 그 사장님을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약 2,000년 전 주님은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분은 3년 간 성역을 베푸시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죄의 짐을 짊어 지셨습니다. 

“이는 보라, 만일 그들이 회개하면, 고난을 겪지 않게 하려고 나 하나님이 모두를 위하여 이러한 일을 겪었음이니라. 그러나 만일 그들이 회개하지 아니할진대, 그들은 나처럼 고난을 겪어야만 하나니,

“그 고난은 만유 가운데 가장 큰 자 곧 하나님인 나 자신을 고통으로 말미암아 떨게 하였고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게 하였으며, 육체와 영이 모두 고난을 겪게 하여 - 내가 그 쓴 잔을 마시지 않고 물러서려 하게 하였느니라 - 그러할지라도 아버지께 영광이 있을지어다. 나는 마셨고 사람의 자녀들을 위한 나의 준비를 마쳤느니라. (교성19:16~19)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님의 그 사랑과 자비로 우리는 우리의 죄를 용서 받고 극복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을 기념하는 이 절기에 여러분 성도들과 함께 제가 이 교회에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며 봉사하며 사랑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 드립니다.  저 또한 과거를 버리고 개심하여 평생 선을 행하다 죽은 장 발장처럼 저의 남은 여생을 주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로 헌신하며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12월은 주님의 탄생을 기뻐할 뿐만 아니라 용서와 화해의 계절입니다.  하나님의 참된 사랑을 전하는 모든 선한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데 우리모두가 끝까지 견딜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씀 드립니다. 아멘.

2012년 12월 23일, 수원 스테이크 신갈와드 성찬식에서, 구승훈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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